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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DIARY

티빙 영화 추천 [패스트 라이브즈] 아쉬운 점

좋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의 작품이다.
 
국내 OTT 중에서는 유일하게 티빙에서 제공하고 있다.(구독시 무료 스트리밍)
 
뉴욕타임즈 올해의 영화로도 선정되며, "지난 20년간 최고의 데뷔작", "섬세하고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천천히 폭발하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수작인데, 국내 관객 흥행에는 실패했다. 왜일까.
 
혹 '인연'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은 아닐까?
 

영화에서 해성(유태오)과 노라(그레타 리, 한국 이름은 나영)는 이민이라는 물리적 헤어짐 속에서 12년 간격으로 십대에서 삼십대 중반이 되어갈 때까지 천천히 재회한다.
 
열두살 꼬마였던 해성과 노라.
 
노라의 캐나다 이민으로 둘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게 된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던 어린 나이. 해성은 노라를 지켜주던 아이였다.
 

그로부터 12년 후, 노라는 극작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해성이 페이스북에 자신을 찾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다.
 
온라인으로 재회한 이십대 청춘의 해성과 노라는 화상 통화를 하며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해 나간다.
 
서로 사랑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원하고 있던 해성과 노라. 하지만 이십대인 둘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경제적 여력에 한계가 있어 쉽사리 서울로, 또 뉴욕으로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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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마음이 해성에게 증폭되어 가는 가운데, 해성이 뉴욕에 마음처럼 쉽게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만날 수 없는 인연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민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 시간과 정성을 쏟아도 모자른데,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날, 노라는 해성에게 잠시 연락을 중단하자고 말한다.
 
해성은 당황했지만 노라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12년만의 온라인 재회는 이렇게 일단락된다.
 
그 사이, 노라는 글에 전념하기 위해 예술인 레지던스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유대인 작가 아서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키스를 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그후, 뉴욕 영주권을 위해 아서와 결혼한다. 오직 목적이 영주권 획득인 것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온전한 사랑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노라는 아서와 평범한 사랑의 날들을 보낸다. 노라는 자신이 꿈꾸었던 대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극작가가 되었다.
 

노벨상이 원래의 목표였던 노라. 어쩐지 현실에 부딪혀, 꿈의 크기가 축소되어가는 것만 같다.
 
한국의 해성 역시 여자친구가 생겼고, 해성은 결혼 앞에서 주저한다. 상대에 비해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직업과 수입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락이 끊긴지 또 12년.
 
해성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잠시 시간을 갖는 가운데, 휴가를 보내러 뉴욕에 간다. 사실은 노라를 보기 위해서, 뉴욕행을 선택한 것이다.
 
둘은 그렇게 뉴욕에서 24년만에 대면한다.
 
둘 사이에 흐르는 오묘한 기류.
 
팔천겹의 인연이 쌓이고 쌓여 다시 만난 해성과 노라.
 

두 사람은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서로를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뉴욕을 여행한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해성을 택시 태워 보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노라의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노라는 아서의 품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성과 노라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인연임을 너무 강조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한 두번 정도 영화의 무드와 컨셉을 결정하는 데 인연이라는 소재가 쓰였으면 딱 적당할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노골적으로 인연을 들먹이는 점이 아쉽다.
 


게다가 그 인연이 몇 백만분의 일 확률을 매개로 해서 이뤄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아님에도 인연이라는 소재를 끊임없이 시종일관 활용한다.

물론 둘이 인연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이번 생에서는 이어지지 못하는 애달픈 적당한 인연이라는 것이다.

 

논픽션에 가까운 만큼, 인연을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더 건조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로맨스로 완성되었을 것 같다.
 
인연을 다섯 번이나 대사에 쓰면서 전반적으로 한 톤 촌스러워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셀린 송의 연출은 데뷔작으로서 훌륭했던 것 같다. 섬세하면서도 힘있게 영화의 무드 전반을 훌륭하게 이끌어 갔다.
 
1시간 45분이 지루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인연의 이야기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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